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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강연집을 묶은 <읽는 인간>에서
자신의 50년 독서 인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요지는 대강 이렇다. 
3년 마다 대상을 달리 선정하면서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문체 역시 
3년을 기점으로 수정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3년 마다 주제를 바꿔가면서 
연구 분야를 늘려가는 공부 방법과 
유사한 일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오에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소설을 쓰기도 하는 작가이고,
드러커는
시부사와 에이치의 
<논어와 주판>의 경영 사상에 탄복해
경영 사상가의 길을 걸었지만,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주제를 연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상통하는 일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 인류가 찬사를 보내는 그들의  찬란한 업적이
타인의 지적, 문화적 유산을 철저히 훔친,
모방의 산물이라는 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생전에
이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빌린 것을 제외하고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3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때,
"괴테는 하나의 위대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문명이다." 라고 찬사를 보낸,
그가 97퍼센트의 모방으로 구성된 인간이라면,
더불어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나,
2005년에 타계했지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모방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징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 

<황무지>로 영미 시계의 큰 변혁을 가져왔던,
T. S. 엘리엇이 한 이 말이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능숙한 시인은 훔친다."

인간이란
과거를 모방하고,
현재를 훔치면서 
아주 더디게 성장해 나가는 유약한 존재다.
과거 인류가 장구한 역사에 걸쳐 구축한
토대 위에 건물을 축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센 폭풍우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견고한 성채가 아니라, 
비바람도 제때 피하지 못할
부실한 오두막집 하나 밖에는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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