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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지 않고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직접 배우고 경험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에너지도 부족하기 때문에,
제한된 조건 안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누군가가 집약해 놓은 지혜와 통찰력을
적은 돈을 들여 구입하고,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회사를 세워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일들을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면,
애시당초 회사 같은 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혼자만의 힘이나 지혜로는
중요한 일,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기에,
회사 라는 게 생겨나게 된 게 아닌가?

나는 미약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미약한 개인이 갑자기 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기존에는 없던 지식을 습득하고,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기만 했던
높은 지점이 어디쯤에 있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알게 되고,
타인에게 고개숙여 배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어쩌면
책을 읽는 건
일견 비굴한 행위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보다는 득이 많다.
구름낀 산 정상에 도달해 허리를 숙인 채
마을을 굽어보는 현자가
단 한번도 산을 오른 적이 없는 초심자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독서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나약한 인간, 평범한 인간,
그런 인간만이
강해질 수 있고, 비범해질 수 있다.

아니 강하거나 비범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배운 인간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있는 인간,
매일 성장하고 있는 인간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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