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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학업과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뭔가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던 내게,
책은
공허한 현실의 섬에서 탈출해
평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환상의 대륙에 선착하게 한
뗏목이자 가교였다.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수십년 동안 책을 읽어 오면서
심연에 은폐된 광산에서
거대한 광맥을 발견하고,
삽으로 파내고,
쐐기와 망치로 가공하고,
레이저로 세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시영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단한 목적이 개입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천천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그 결과를 마음 가는 대로 끄적 거릴 뿐이다.
그저 즐거움을 위해서,
현실의 철옹성으로부터 탈주해
구속과 압제의 멍에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저 언덕에서 소요하고 싶은 내면의 충동과
천길 깊이에서 유유히 흐르는
마음의 간헐천에서 까닭없이 솟구치는 열정이
배를 건조하기 시작하고,
다리를 놓기도 하다,
이내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한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가
<호모 루덴스>에서 말한 ‘유희의 인간’,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본연의 자아에 가까워진다고 할까.
명확한 목적의식을 앞세워
지나치게 진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고수하다 보면,
도리어
몸과 사고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방향성을 상실한 채,
활력을 잃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속력은 더뎌진다.
목적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생각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자.
때로는
목적이 없는 일이
인간을 해방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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