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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어는
생각의 도구로 표현되는 I-언어와
의사소통을 포함하는 E-언어의
2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는가?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인간 언어의 범주 가운데
의사소통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당신도 이미 알다시피,
의사소통에는
인간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행위인
받아들이기(input)와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행위인
내보내기(output)의
2가지가 있다.
여기에서
받아들이기는
읽기와 듣기를 말하고,
내보내기는
말하기와 쓰기를 뜻한다.
받아들이기는
외부로부터 비롯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가운데
듣기는
상대가 주도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읽기는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
즉,
문자로 전달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그 내용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편,
말하기와 쓰기는
내부로부터 비롯되는 커뮤니케이션인
내보내기에 해당된다.
말하기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느낌을
음성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밖으로 표출하는(상대방에게 내보내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글쓰기와는 달리,
말하기에는
현장 중심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대화의 상대방(사람)이 눈앞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성에만 치중해서는 안되고,
감성에도 호소해야 하며,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해,
UCLA의 교수였던 앨버트 메라비언은
1971년 출간한 그의 저서
『무언의 메시지Silent Messages』에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발표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말하는 내용과
목소리 톤, 태도에 모순이 있을 때,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이야기의 내용, 언어의 의미 등
언어정보(Verbal)가 7%,
목소리의 크기나 속도, 어조 등
청각정보(Vocal)가 38%,
겉모습, 표정, 시선, 몸짓 등
시각정보(Visual)가 55%의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가
각각 7%와 93%의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언어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메라비언 법칙의 핵심은
‘언어의 의미는
비언어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비언어적 요소가 전달하는 내용이
언어적 요소가 전달하는 내용과 다르다면,
전달하려는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말을 할 때는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쯤에서 잠깐.
스티븐 핑거의 말을 들어 보자.
“그런데 실은 나의 시연은
우리가 가진 읽기와 쓰기 능력에 기댄 것으로,
이 능력은 시간 〮 공간 〮 친분의 간극을 이어 줌으로써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대단히 인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쓰기는 선택사양 품목일 뿐이다.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엔진은 우리가 어려서 습득하는 말이다.”
헤밍웨이에게도 주의를 기울여 보자.
그가 어떻게 많은 작가들과 비평가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는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
그 비결이란 의외로 간단하다(말로는 말이다).
헤밍웨이는
‘말’을 가공해 ‘글’로 만들었다.
단, 어떤 작위적인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헤밍웨이의 가장 위대한 점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책에 잘 어울린다는 딱딱한 언어는 사양하겠다.”
반면,
쓰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문자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하기가
현장 중심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면,
글쓰기는
의미 전달의 측면에서
말하기보다 해석의 여지가 적은
자기 완결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쓰기는
글 쓰는 사람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글쓰기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
글을 쓰는 목적, 글의 분량, 제목,
문단 구성, 표현 방법 등
글 쓰는 사람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글쓰기도
넓은 관점에서 보면,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쌍방향으로 소통하지만,
좁은 관점에서 살펴보면,
엄연히 그 시차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쓰는 사람이
먼저 글을 완성하고 나면,
읽는 사람은
그 글을 토대로 글쓴이와 소통하는 것이다.
실제로,
읽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생각과 언어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즉 중간 단계가 생략된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태의 작품뿐이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이 집필 중에 하는 본질적인 작업은
오직 그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뿐,
외부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글로 쓰는 언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로 하는 언어에 비해
훨씬 문학적이고, 고상하며, 우아한 특성을 지닌다.
(물론 프로스트는 작위적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글을 쓸 때는
종이 너머에 보이지 않는 사람(독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개는 이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때로는 감성에 호소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는
언어적 표현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오디오북이나, 멀티미디오북을
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앞서,
의사소통을
받아들이기와 내보내기의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또, 받아들이기와 내보내기에는 각각
듣기, 읽기와
말하기, 쓰기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편의상의 구분에 불과할 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네 가지는 모두 하나의 ‘언어활동’에 포함된다.
일본의 서양사학자 사와다 아키오는
이를
‘산의 양쪽에서 둘이 한 조가 되어
한곳을 향해 터널을 뚫는 것’에 비유했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4가지 작업 원칙은 동일하기 때문에,
결국 터널은
한 곳에서 만나 서로 관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어활동의 본질을 꿰뚫는
참으로 멋진 비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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