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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우치다 다쓰루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에서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맨으로도, 공무원으로도,
교사로도, 기자로도 취직할 수 없습니다.
웬만한 지위에 오른 사람들은
빠짐없이 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합니다.
필리핀의 생활언어는 타갈로그어입니다.
그러나
타갈로그어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정치나 경제를 논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에 걸맞은 어휘가 모어에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필리핀인 대학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실리적이고practical,
모어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비극적tragical이다.”
어째서 비극일까요?
그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적인 혁신은
모어에 의한 사고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지적 창조는 (예외적인 어학 천재를 제외하면)
모어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기존의 언어를 잡아 늘이거나 활짝 펼치거나
그것에 새로운 말뜻을 담아내는 일은
모어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어가 앙상하게 야위는 현상은
해당 언어집단의 지적 창조에 치명적입니다.
식민지를 통치하는 제국은
어디에서나 식민지 현지인에게
자신의 언어를 습득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종주국의 언어는
강국의 언어이면서
당연히 ‘글로벌’한 언어니까
피지배 식민지인들이 그 언어를 습득하면
정치적, 경제적, 학술적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고,
또한
국제사회에서
이전보다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러한 실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식민지인들이 종주국의 언어를 통해
정치, 경제, 학술을 논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모어를 풍요롭게 만들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모어가 앙상하게 야위면
지적 창조의 기회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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