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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커다란 편의점이고,
인간은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다.

세계는
한정된 공간에
잘 팔리는 물품만 진열해 놓고
인간에게 생활의 편리를 제공한다.
인간은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세계의 편의점화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일견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성의 측면에서 관조하면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인간의 지성은
미국의 심리학자 손다이크가 말한
시행착오를 통해
나선형을 그리며 서서히 발전해 가는데 반해,
인간의 생활은 점차 선형화 되어 간다.

지성의 힘을 체득한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면,
대개의 경우
생활이 지성을 압도하기 때문에,
직선형 생활이
보편화 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나선형 지성의 힘이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오마에 겐이치가
<지식의 쇠퇴>에서 언급한
사고 정지로 인한 집단지능의 쇠퇴와,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역설한
교양 교육이 무너진 대학이
전문적인 바보를 무더기로 양산하는 문제도,
그 수원지를 더듬어 간다면,
세계의 편의점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효율적인 생활과 마찬가지로
효율적인 지성을 추구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직선적 사고를 가진 인간,
컴퓨터와 같이
0과 1의 이진법적 발상을 가진,
그러나 성능은 그 보다 훨씬 떨어지는
인간이 무더기로 양산될 것이다.

생활의 편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지식과 지성이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반지성 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반지성주의가 만연한 사회이기 때문에
진정한 지성의 소유자가 희유하고,
지난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나선형으로 지성의 힘을 키운다면,
생존의 차원을 넘어
의미 있는 일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성은 수직 상승하지 않는다.
다만
서서히 온축해서 중층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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