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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길 보다는 가시밭길이 좋다.

물론 꽃길이 편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에 승차해
목적지까지 여유롭게 갈 수 있지 않은가.
때론 창 밖에 보이는 풍광들을 보며
때론 음악을 감상하며 
때론 세상을 관조하며
느긋함을 만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꽃길의 안온한 단상에만 젖어 있으면
배우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 여름에 그을릴 일도
한 겨울에 칼 바람을 맞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고생 없이 무탈하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박탈 당한다는 말이 아닌가.

지금은 고인이 된
내가 존경하는 한 철학자는
살아 생전에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의 두 갈래 길이 있으면
 항상 어려운 길을 선택하도록 하거라.
 그 길이 옳은 길일 가능성이 많다."

나 역시 그 철학자의 말에 공감한다.
사람이 자신의 인격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서 나온 녹으로 스스로를 망치는 것은
쉬운 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15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유태계 프랑스 작가이자 사상가인 

로맹 롤랑은

그의 저서 <베토벤의 생애>에서

베토벤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옳게 또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오직 그러한 사실만으로서

 불행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입증하고 싶다." 


 스스로가 정도를 걷고 있다는 쾌감은

 서릿발진 칼날 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육신을 뉘여야만 하는

 극한의 환난과 곤고조차 상쇄시킬 만큼 지건하다. 


 침묵 속에 깊이 침잠한 채,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을, 

 쉬운 길이 아니라 바른 길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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