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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바닷가 백사장에 앉아,
나무 막대기로 
모래에 글쓰를 새기는 과정과 같다. 
한참을 공들여 새겨 놓은 글씨는 
해수가 백사장에 유입되기라도 할라치면, 
이내 유흔도 없이 마멸되고 마는데,
인간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일평생 쉼 없이 중노동을 지속하기만 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그 지난한 행위를 간단없이 지속하는 성실함이
부지불식간에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휴지기 없는 삶의 방식이 
참회와 개전 없는 자아상을 잉태했고,
빈약한 정신세계와 근시안적 태도를 초래했다는
가련하고 애잔한 감상을 일게 한다. 

서른 세 살의 어느 여름날,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경포대에서, 
파도가 
모래 위에 새긴 글씨를
삽시간에 마모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이제 그만 막대기를 내려 놓고 
백사장 밖으로 뛰쳐나가야겠다고 결의했고, 
그해 겨울, 
백사장을 나와 육지에 작은 텐트를 하나 쳤고, 
하루에 4시간만 일하면서 살기로 결심했으며,
지난 2년간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 

인간은 일평생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 없이,
불안과 초조에 몸서리치면서 
끊임없이 행위를 하다가 사멸을 맞이한다.
육체가 마멸되고,
정신이 고갈되어 혼미해질 때쯤이면, 
그때는 이미 
인생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다. 

막대기를 언제 던져버릴 것인가.
백사장을 언제 떠날 것인가.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느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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