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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 1755~1826) 
『미식예찬』(원제는 미각의 생리학 Physiologie du goût)에서

"어떤 것을 먹고 있는가를 말해보게.
그럼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맞춰보겠네." 라고 
말한다. 

먹는 음식 
사람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척도일 뿐만 아니라,
성격과 성향을 추측할 수 있는 증표이기도 하다. 

한편, 
사바랭과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시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1749~1832)

"당신이 어떤 책을 읽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있다." 라고 말한다. 

읽는 
사람의 지적 수준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만 아니라,
사상과 가치관을 판단하는 표징이 된다. 

섭식에 대한 이해 
신진 대사와 성향을 파악하는 단서가 되는 것처럼,
독서에 대한 이해
정보 대사와 사상을 판단하는 단초가 된다.  

종과득과(種瓜得瓜),
오이를 심으면 반드시 오이가  나오고,
종두득두(種豆得豆), 
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이 나오는 것처럼, 
무엇을 산출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섭취하느냐이다. 

이것을 입력과 출력의 관계
다시 말해, 독서와 글쓰기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미국의 작가
제인 스마일리(Jane Smiley, 1949~)
『천 에이커의 땅에서』를 집필할 때,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리어 왕(King Lear)』 
플롯(plot, 사건의 논리적인 패턴과 배치)을 철저히 분석하고,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은 결과,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명작의 구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지적 생산을 한다면,
양질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깡패단의 방문』으로
2011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제니퍼 이건(Jennifer Egan)은 우리에게
"쓰고 싶은 수준의 책을 읽어라.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라는 자양분이 필요하다.
즐겨 읽는 책과 동떨어진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는 조언을 건넨다.  

지적 생산에서
글쓰기의 수준을 좌우하는 요소는 독서의 수준이다. 
양질의 정보를 입력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정보를 출력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출력하는 정보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정보 통신 용어 처럼 말이다. 


다량(多量)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
양질(良質)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디어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디어의 '양'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지식의 단련법』(청어람 미디어, 2009)에서,
지식 생산에서 입력과 출력의 차이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입력과 출력의 차이가 적다면,
심한 경우에는 표절이고,
잘해야 있는 재료를 단지 짜깁기 한 작품에 불과하다.  
역으로 
이 차이가 크다면,
작품에 녹아든 정보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청어람미디어, 2001)에서,
그는 자신의 입력과 출력의 비율에 대해 언급한다.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읽는 경우가 많지만,
하나의 주제에 대해 통상 500권 정도의 독서를 하고,
잡지의 기사, 논문, 인터뷰 등의 자료도 활용하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의 비율을 낮게 잡아도 100대 1은 된다고 한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
한 편의 희곡 집필을 위해 
적게는 100 권, 
많게는 300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결국,
좋은 출력의 토양을 제공하는 것은
방대한 입력에 의해 축적된 풍요로운 지적 세계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당신이 어떤 책을 얼마나 읽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말해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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