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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유화인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다. 
전 카타르 총리
하마드 빈 자베르 알사니(1959~)
2015년 5월 11일(현지시간) 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을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7천936만 5천 달러
(한화 1천968억 1천721만원, 
12%의 경매 수수료 포함)에 낙찰 받았다.

여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
이 그림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나의 주요 관심사
피카소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창작 과정을 거쳤는지를 살펴보는데 있다.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인
들라크루아(1798~1863) 
<알제의 여인들(The Women of Algiers, 1834, Louvre)>이다. 

피카소의 작품명과 동일하다.
그렇다.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동명 작품을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그는 들라크루아의 이 작품을 모방해,
15개 작품(알파벳 일련번호  A~O)을 창작했다.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은 
그 가운데 1955년에 그려진 마지막 작품('O')이다.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작품 이외에도, 
벨라스케스(1599~1660) 
<시녀들>(Las Meninas)(1656)
마네(1832-1883) 
<풀밭 위의 점심식사(Dejeuner sur l’herbe’>(1863) 등을 모방했다.
여든이 넘은 후에도,
그는 쿠르베(1819~1877),
엘 그레코(1541~1614)와 같은 
거장의 작품을 끊임없이 학습했다.

피카소는 왜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방했을까?

그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천재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라진다.
그러므로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피카소가 
'모방'을 창작의 첫 단계로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철학자
오가와 히토시(1970~)
『피카소처럼 생각하라』 (스타북스, 2015)에서
피카소의 창작 과정 
다음의 3단계로 구분해 설명한다. 

첫 번째 모방의 단계다. 
타인의 모든 작품, 모든 기법을 받아들여 
답습하고 흡수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숙달의 단계다. 
타인의 작품과 기법을 철저히 학습해 
완전히 통달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 창작의 단계다.
타인의 작품과 기법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축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단계이다. 

피카소가 지향한 것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적 모방이었다.
단지 타인의 작품을 모사하는 차원을 넘어,
철저하게 흡수하고, 숙달한 후,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선과 방식으로 
재구축하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알제의 여인들>에서도
피카소의 작품은 
들라크루아의 그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들라크루아
알제리 할렘의 측실을 묘사했다.
그는 나약한 여성들이 
강건한 남성들에게 보호 받는 체념을
어두운 색채와 음울한 표정을 통해 표현했다. 
반면, 
피카소
원작과는 달리 밝은 색채를 사용해, 
여성의 육체미와 생생한 표정을 강조했다.  


한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 
‘미국의 가장 위대한 저술가’로 꼽힌다.  
그는 『프랭클린 자서전』 (김영사, 2001)에서
자신의 창작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 모방의 단계다. 
그는 이 단계를 2단계로 세분화한다. 
우선,
조지프 에디슨 리처드 스틸 
일간지 형식으로 발행한 문예비평지
『스펙테이터Spectator』에서 
본으로 삼을 만한 뛰어난 산문들을 선별했다.
다음으로,
선별한 글을 읽고, 
각 문장의 요점만을 간단하게 적었다. 

두 번째 숙달의 단계다. 
며칠이 지난 뒤에, 
그는 각 문장의 의미를 자신이 이해한 대로 표현했다. 
책을 보지 않고,
요점에 적합한 단어들을 넣어 상세하게 표현했다. 
원래 글에 가까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세 번째 창작의 단계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프랭클린
자신이 쓴 글과 원본을 비교해 가며 
잘못을 찾아내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피카소와 프랭클린의 창작 과정을 살펴보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
모방, 숙달, 창작의 단계를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개념을 창시한
케빈 애슈턴(Kevin Ashton, 1968~)
『창조의 탄생』 (북라이프, 2015)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창조자가 
죽은 자와 산 자를 불문하고
수많은 타인에게 개념, 맥락, 도구, 방법론, 데이터, 법칙, 원칙, 모형을 물려 받는다."

그의 말대로, 
모든 창조자들은
인류가 이미 구축해 놓은 문화 유산의 수혜자이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문학의 토양을,
피타고라스 가우스 수학의 토대를,
뉴턴 아인슈타인 과학의 기초를 
각각 우리에게 제공했다.  

그들을 모방 숙달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대단한 무언가를 창조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프랑스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베르나르 사르트르(1124~1130)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과 같기 때문에 
고대인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볼 수 있다."
(We are like dwarfs on the shoulders of giants, 
so that we can see more than they, 
and things at a greater d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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