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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시절

연구실의 한 선배로부터

중국 무술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 선배는 수학 박사 출신이었고,

수년간 

대학에서 수학과 강사와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었다.  


그 선배로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양로선이 창시한 양가 태극권을 배웠는데, 

그의 가르침 가운데 

"힘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은

이후 나의 연구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태극권 동작은 

양과 음이 

순차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진행되는데, 

양의 동작을 취할 때, 

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팔이나 다리를 극양의 상태에 머물게 되면,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여분의 힘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동양의 무술은 동양화와 마찬가지로

여백에 그 특질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때의 깨달음은

이후의 연구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하루에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에너지의

70퍼센트 정도를 사용하고 나면,

나머지 30퍼센트의 힘은 

사용하지 않고 비축해 둠으로써, 

다음 날에도

연속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배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되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힘의 4분의 3 정도의 힘으로 

 작품이나 일을 완성시키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기울여 완성한 것은

 왠지 모르게 보는 이에게 고통스러운 인상을 주고

 긴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종의 불쾌감과 혼탁한 흥분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거기에는 

 그것을 만들어 낸 인간의 불쾌감이 

 어딘가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분의 3 정도의 힘으로 완성한 것은

 어딘지 모르게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넉넉한 작품이 된다.

 그것은 

 일종의 안심과 건전함을 선사하는 

 쾌적한 인상의 작품이다.

 결국 많은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완성된다." 


 이 '여백의 철학'은  

 무술가의 무예,

 철학자의 사유 뿐만 아니라,

 소설가의 글쓰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모양이다. 


 청년 작가 지망생인 

 마이스 라는 청년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무작정 찾아가

 "하루에 글을 얼마나 써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헤밍웨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글이 술술 써질 때,

  다음 내용이 뭔지 머리에 있을 때 딱 멈추는거야.

  그렇게 매일 글을 쓰면

  소설 한 편을 쓰면서도 절대로 막힐 일이 없지. 

  이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팁이야.

  꼭 기억해둬." 


  무술가가 수련하는 무예도,

  철학자가 단련하는 사유도,

  소설가가 조탁하는 글쓰기도, 

  그 힘의 근원이 '여백'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한결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할 수 있으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흐름을 유지,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의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라>에 담긴 의미를

  흉중 깊은 곳에 뿌리 내릴 수 있길 간구한다.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라

  이 말씀을 가슴에 깊이 지니고

  비바람 속에서도 꽃 피는 길에서도

  한결같이 한 생을 살기를


  서두르지 말라

  이 한 말씀을 마음을 바로잡는

  고삐로 삼아

  깊은 사려 올바른 판단

  한번만 결심이 끝난 다음엔

  온 힘을 기울여 앞으로 나가보기를


  쉬지 말라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반짝이는 인생이 덧없이 가기 전에

  영원히 길이 남을 보람 있는 업적을

  이 세상에 유물로 남겨 놓으라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라

  운명이 폭풍에 꾸준히 견디면서

  나침처럼 한결같이 의무에만 살고

  무엇에도 굽히지 않고 정의에만 살아라

  인고의 모든 날이 지나간 훗날에는

  역사 위에 찬란히

  그대의 면류관이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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