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주는 상처는 성공이 주는 쾌감보다 훨씬 더 깊고 강력해서 아무리 승승장구하던 사람이라도 단 한 번의 실패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우리는 흔히 목격할 수 있다.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는 그의 자서전 에서 실패가 주는 상처와 좌절은 성공이 주는 기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렬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뇌과학자들은 거기에 합당한 이유를 붙여댈 것이다. 뇌의 매커니즘이니 뭐니 하는 말들로 정당한 근거를 찾으려 들 것이다. 이론을 탐구하고, 본질을 밝히려는 시도는 물론 어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보면,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 사회에서 우리가 배운 거라곤 온통 무언가를 하는 법에 관한 것이었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일을 하고, 회의를 하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를 하는 것이 우리가 배운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한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충분한 월급을 받으면,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을 하면, 사업에 성공하면, 그러면 더 나아질 거라며 터널 끝에 기다리고 있을 막연한 행복을 위해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보지만, 그런 것들이 인간에게 평온을 가져다 주리라고 기대하는 건 애시당초 무리다. 격리, 멈춤, 고요, 침묵. 우리에게 평안을 선사하는 것들은 소박하면서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일하는..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고통은 시시때때로 엄습해 오며, 노화와 질병, 그리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할머니. 94살의 할머니.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던 그 할머니가 이제는 더 이상 손자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을 만큼, 자신의 머리 무게에 짓눌려 더는 자력으로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약해졌다. 손을 잡아 드리고, 다리를 주물러 드리기도 하고, 안아 드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명의 모래시계는 간단없이 낙하해서 머지 않아 눈을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지고 말 것이다. 나는 어떤가? 정오에 가까운 지금은 활력과 생기가 온 몸을 휘감고 있어서 냉기를 머금은 음산한 그림자의 존재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고, 설령 눈치챘다 해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쇠잔하고 음울하며 흉물스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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