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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펜과 종이라는 매개를 통해
저자와 독자가 행하는 일종의 의사 소통 작업이다.


저자와 독자는 모두
소통 행위자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저자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사람인 데 반해, 
독자 
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어떤 것을
저자로부터 전달받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글쓰기의 유형을
자유 의지의 유무라는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써야만 하는 글 쓰고 싶은 글로 양분할 수 있을 것이다. 

써야만 하는 글에는
고등학생의 대입 논술 시험,
대학생의 학기말 리포트,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 작성,
직장인의 보고서와 기획서 작성 등이 있다.

반면에,
쓰고 싶은 글에는 
일상의 생각을 담은 일기,
여행의 감상을 술회한 기행문,
인간사의 미추를 재구성한 소설 
자연의 진미를 통찰해 낸 시 등이 있다. 

우리는 대개
학교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두 가지 유형의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는
글쓰기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않다. 

글쓰기를 배우는 바람직한 방법
모든 기술들을 세밀한 부분들로 분할한 후,
순차적으로 하나씩 집중해서 습득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글쓰기 교육은
모든 기술들을 통째로 제시한 후,
그것을 습득하라고 종용한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없을 만큼 
큼지막한 고깃덩어리를 내어 놓고,
손님에게 식사할 것을 권고하는 
음식점의 사장이 부리는 추태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신학대학원(The Divinity School at Harvard University)의
전임강사로 글쓰기를 가르친
바버라 베이그(Barbara Baig)
『하버드 글쓰기 강의(how to be a WRITER)』 
(토트, 2014)에서 
이런 '통째로 글쓰기'를 가리켜
'원스텝'(one-step) 또는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하기'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방식은
주제를 선정하고, 전체 내용을 구성하며, 
글을 생산하고, 퇴고하는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서 진행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글쓰기 라는 행위는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원스텝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글쓰기는
창조적 기능 비판적 기능이라는 
상반되는 2가지의 정신 능력을 요구한다.

창조적 기능이란
생각, 어휘 등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는 정신의 영역이고,
비판적 기능이란
생각, 어휘를 평가하는 정신의 영역인데,
이 2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서로 간섭 작용을 일으켜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창조적 기능과 비판적 기능은
단계적으로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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