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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바다를 항해하는 순간과
육지에 정박하는 순간이 있다.
훌륭한 항해사는
출항 전에 먼저 정박을 고려할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바다에 머물 것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왕복할 것인지,
어떻게 부수적인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생을 먼 발치서 관망하면,
정박 준비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
승선 전에 하선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평생을 바다 위에서 부유하거나 표류하고 만다.
일과 휴식의 경계,
채움과 비움의 구별,
밤과 낮의 분간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철저하게 소모되고, 방전되며, 고갈되다
이윽고 사멸에 다다르고 만다.
가련하고, 음울하며, 애잔하기까지 하다.
세계 정복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던
알렉산더 대왕의 관성은
우리의 자화상이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알렉산더에게 빛을 가리지 말라던
디오게네스의 여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표상이다.
일을 그만 두기 가장 알맞은 때는
일을 하는 도중이나 마친 후가 아니라,
바로 일에 착수하기 전이다.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결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이름을 얻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가진 능력의 70퍼센트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휴식에 양보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순간까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쥐어짜는 노력은
화룡점정이 아니라,
화사첨족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에 착수하기 전,
퇴로를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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