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세상 만물을 새의 시각에서 보도록 장려한다. 높이 날아올라 세상을 조망하면 먹이가 어디에 있는지 포착할 수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창공에 머물러 있으면 세상의 구체적인 진실이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어렵다. 진실에 눈을 뜨려면 책을 덮고 몸을 낮춘 후 벌레의 시각에서 세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온 몸으로 부딪치면서 하나씩 체득해 나가야한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낮은 마음으로 흙속에 뛰어들어 온 몸에 흙을 묻히면서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거기에서 불현듯 새로운 깨달음의 문이 열릴 것이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과거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다. 소중한 추억이 없다거나 정서가 메말랐다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편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 얼마간은 의식적으로 노력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운좋게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저절로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 아침이 올테고, 올해가 가면 새해가 밝아올 것이고, 삶이 다하면 죽음이 도래하는 게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크게 걱정할 일도 애태우며 마음 졸일 필요도 없다. 모든 건 한 때의 꿈에 불과할 뿐이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하게 하면 된다. 삶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이론을 연구해야 하지만, 운동화를 신고 현장에 나가서는 이론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론은 전체를 개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선적이고 추상적인데 반해, 현실은 부분만을 관찰한다는 맹점이 있지만, 우회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론은 논리적으로 전체상을 조망하는 데 적합하고, 경험은 구체적인 실상을 파악하는 데 강점이 있다. 어느 하나에 매몰되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한 채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버리기 위해 이론을 공부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현실을 경험한다면 그런 인생은 향상일로에 있을 것이다.
어두운 사람은 나를 어두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밝은 사람은 나를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어두운 사람도 밝은 사람도 아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부정적인 생각은 거의 하지 않지만, 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두움과 밝음이 갈마들곤 한다. 인간은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존재다. 타인과 사물을 관찰할 때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의 상태가 곧 자신의 마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생존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간주하고, 사람과 물질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해의 한 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며 서서히 익사하는 이유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 라는 올가미로 스스로의 목을 끊임없이 조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우면 삶에 집착하고, 삶에 집착하면 생존을 위해 물질과 사람에 얽매이게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물질과 사람에 대한 집착을 잉태하고, 스스로를 욕망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만다. 두려움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욕망도 이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욕망은 두려움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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