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대와 평가에서 얼마간 벗어나 가능한 한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질서 있는 생활을 영위해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부신 성과를 달성하고, 많은 일들을 성취해 낸다고 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자족은 일을 성취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그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정복의 야심을 품고 인도를 향해 진군하던 알렉산더 대왕은 마음을 그치는 방법을 몰라 자승자박했지만,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알렉산더에게 비켜달라고 청했던 디오게네스는 자유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었다. 돛을 내린 채 항구에만 정박해 있는 인생에는 향상과 발전의 여지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평생 바다 한 가운데서 항해만 하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항을 하기 전에 미리 입항을 생..
지평선 너머까지 곧게 뻗은 길 끝에 사람 하나 지나가기도 어려운 좁은 오솔길이 나타나 대경실색하기도 하고, 온종일 달려도 비포장 도로를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 끝에 도달한 길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과 조우하기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가시밭길이건, 비포장 도로건, 진흙탕 속이건, 늪지대건, 목전에 펼쳐진 길 위에서 푸념과 자조섞인 체념을 거두고, 불평과 불만으로 얼룩진 마음을 자정하고, 그저 주어진 길을 걷고 또 걸을 뿐이다. 가혹한 숙명을 탓하고, 날카로운 혀로 세상을 힐난하고, 타인을 향해 중상과 비방의 활을 겨눈들,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외양을 단정하게 하고, 내심을 정제하며, 운명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기는 하되 점진적으로 개척해 나가다 보면, 일순간 숙명의 유..
유년 시절부터 정답이 있는 질문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탓일까. 서른을 제하고도 다섯 손가락을 더 펼쳐야 하지만, 생득적인 기질을 변화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아니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서, 여전히 정답이 없는 질문, 어쩌면 해답의 실마리조차 발견할 수 없는 우매한 자문을 연신 반복하는 게 나 라는 인간이 일상의 과업으로 삼는 일이다. 좋게 말하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색가지만, 나쁘게 말하면 망상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식량을 거덜내는 몽상가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인지, 탁트인 창해를 반쯤 풀린 두 눈으로 넋놓고 바라보는 게 소년 시절의 유일한 위락이었던 탓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텅빈 시간과 옅은 공간을 농밀하게 만들어준 ..
집으로 오는 길에 가끔 외국인 관광객을 만난다. 그들(또는 그녀들)은 대개 한 손에는 영어나 일본어, 또는 중국어로 쓰여진 지도 한 장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두리번거리면서 길을 찾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들이 내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가끔은 내가 먼저 길을 찾아 헤매는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지도나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가리키며, 영어나 일본어로 그들이 가야 할 목적지를 물어오는 사람도 있고, 여행용 책자를 통해 기본적인 인사말과 회화를 익혀와서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물어오는 외국인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도나 앱에서 현재의 위치를 가리키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OO에요.” 라고 말문을 연다. 그런 다음 “도보로 직진 방향 300미터를 ..
유능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하고 넉넉해져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역량은 탁월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산소를 나눠 마시는 것조차 불편하고, 말을 섞는 것마저 꺼려지는 사람도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와 함께 일을 하겠는가? 나라면 유능한 사람보다는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일하는 쪽을 선택하겠다. 물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면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겠지만, 유능한 사람이 합류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팀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승리를 갈망해도 패배는 일상다반사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으니 행복한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
인격을 완성한 성인이라도 한번의 실수로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부박한 인격을 가진 소인이라도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평생의 과오를 씻기도 한다. 위대함과 부박함은 일견 하늘과 땅 사이에 벌어진 간극 만큼이나 커다란 격차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종이 한 장의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동료들이 서로를 지켜주지만, 홀로 있을 때는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삼가는 수밖에 없다. 홀로 있을 때 절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느꼈던 점이 하나 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또 오래하면 가방끈을 길게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으로 가방의 크기를 넓게 만들 수는 없다. 마음 그릇을 크게 만들어 사람을 담는 일,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 타인을 돕는 일, 이런 일은 가방끈의 길이가 아무리 길어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가방끈의 길이에만 신경쓸 뿐 가방의 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가방의 크기이지 끈의 길이가 아니다. 가방이 본질이고 끈은 말단일 뿐이라는 진실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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