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에게, 형제에게, 국가에, 타인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면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를 믿고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내게 준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데 진력하자. 바라는 마음이 사라지면 원망하지 않게 되고 원망하는 마음이 약해지면 마음이 안정된다. 바로 거기서 자기 변혁이 시작된다.
대형 서점에 갔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니, 매끈매끈하고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편리한 사상을 주입할 목적으로 만든 책들이라 그런지 다면성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이 반드시 다면적일 필요가 있을까? 일면적이어서는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작가이기도 한 가토 슈이치(1919~2008)는"어떤 깊은 사상도 일면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사상은 비누처럼 둥글둥글하거나 원만하지 않고, 오히려 서리 같이 날카로운 칼에 가깝다. 심오한 사상을 담은 책을 읽을 때면, 이도파죽(利刀..
무술을 연마하면 고작 몇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화술을 잘 구사하면 수만 명의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 위대한 작가라 하더라도 100만 명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세계 최대 국가의 수장이라 하더라도 10억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수양한 사람은 어떤가. 사후 수천 년 동안 역사와 인류에게 무한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누군가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을 도야함으로써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 펜은 확실히 칼보다 강하지만 마음에 비할 바는 아니다. 마음을 닦은데 인생을 바치자.
욕심이 없어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용기가 생기고 용기가 생기면 실행력을 갖출 수 있다. 욕심이 많아지면 어두워지고 어두워지면 두려움이 생기고 두려움이 생기면 실행력을 갖출 수 없다. 일을 성취하려는 욕심이 도리어 실패를 초래하는 원흉이 된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담박한 뜻만 품은 채 사소한 일을 실행하자. 타인과 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을 위하는 행위가 오히려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 때 인격의 도야와 실력의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자신도 타인도 없는 것이다.
인생이 특별히 행복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일단 생명을 부여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소시민, 지식인과 무학문맹,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늙고 병들어 사멸에 처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원한적 없는, 시지프스의 바위와 같은 온갖 거추장스러운 의무를 이행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이라고 다를까?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도 쟁투하고, 질투하고, 중상하고, 비방하는데 소모하는 인간들이 절대 다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생에서 (금전적인 의미가 아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은 극미하다. 남극이나 북극은 아닐지라도, 세상과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혼자서 미로 속을 헤쳐나가는 인간이 되기로 했다. 암운이 감도는 적막강산에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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