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에서 우주를 보고, 찰나에서 영원을 본다.
불을 끄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네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들고, 두 손가락으로 액정 자판을 두드린다.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라 자판을 누르기가 다소 불편하다. 자세를 고쳐 이번에는 휴대폰을 침대 위에 놓고 가슴에 베개를 대고, 그 위에 팔을 얹고, 팔 위에는 턱을 올려 둔 채, 오른손 검지 하나만 사용해서 한글 자판을 톡톡 친다. 이 자세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어제 저녁에 대학 선배 한 명이 집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로 찾아왔다. 학교를 다닐 때는 빈번한 교류가 없었는데 졸업 이후에 친해진 형이다. 그 형은 대리버거와 커피를, 나는 새우버거 세트를 시키고, 대화를 시작했다. 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내가 최근 들어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게다가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
고등학교 때 요트부가 있었다. 2학년 때 같은 반에 배정된 친구 중에는전국 대회에서 줄곧 1등을 차지할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가진 요트 선수가 있었다. 그 친구의 전언에 따르면,요트는 역풍을 가르고 전진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훈련이 필요한 고통스러운 운동 종목이라고 한다. 역풍을 가르고 전진한다는 그의 말에요트가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역풍을 거스른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약동하는 생명력'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강이나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만 봐도 그렇다.팔팔한 물고기는순류를 타고 유영하는 편리한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세파를 역류하는 험난한 여정을 선택한다. 잉어는 한술 더 떠 역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깎아지른 듯한 난공불락의 폭포를 거슬러 ..
책상에 앉아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로로 가득찬 책들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얇은 책 한 권이 퍼뜩 시야에 들어온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며 문예평론가이기도 한 고다 로한의 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니,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오후 11시 32분에 완독을 했다는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내 오랜 독서 습관 가운데 하나가 책을 읽은 시간과 장소를 표기해 두는 일인데, 별도의 장소를 기록하지 않은 사실로 추정해 볼 때, 첫 번째 완독 장소는 책상이 아니라 침상, 다시 말해 침대 위일 것이다. 밑줄 친 부분들을 훑어보다 라는 항목에서 이내 눈도 마음도 호흡을 멈춘다. "많은 사람들이 척을 얻고자 노력했지만 촌을 얻는데 그치고, 촌을 얻고자 노력했지만 그 끝에는 촌의 절반에도 미치지 ..
산길을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기세등등하게 내달린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저마다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정작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까봐 노심초사하며 모골이 송연해진다. 여기서 호랑이는 돈, 권력, 명예를 상징하고,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부자, 권력자, 유명인사를 의미하며, 행인은 부, 권력, 명예를 구하는 평범한 사람을 뜻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대다수의 인간이 추구하는 부, 권력, 명예 라는 것이 인간에게 평안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은 내리기가 무서워 타고 있을 뿐이고, 행인은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호랑이 등에 오르기를 희구한다. 참으로 우스꽝스..
귀가 길에 유명 배우 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집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려는데 스무 병 짜리 작은 생수병 한 묶음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마 동생이 사다 놓은 모양이다. 물이 가득차 있는게 꽤나 위풍당당하다. 방문을 열어 들어서려는 미세한 찰나, 반쯤 먹다 내팽개친 생수 한 병이 퍼뜩 시야에 들어온다. "저게 바로 인생이라는 놈의 실체구나." 명경지수라 했던가.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말이 있듯, 물은 그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징명하게 분간할 수 있지만, 인간은 오탁으로 염오되어 그 계경이 불분하기에 한 치 앞도 가늠하기 난망하다. 석가나 공자, 무하마드나 예수가, 사후 수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약동하는 생..
경영학은 본래의 전공 분야와는 무관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 라고 여겼기 때문에, 지난 15년 간 족히 5백 여 권은 읽었던 것 같다.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게리 해멀, 세스 고딘, 오마에 겐이치 등의 사상가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허브 켈러허,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나모리 가즈오, 손정의, 마윈 등의 경영자들의 책을 병행해서 읽어 온 경험을 토대로, 현 시점에서 경영학을 정의하자면, '취사선택' 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좋은 것, 쓸 만한 것은 남기고, 나쁜 것,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것은 버리는 학문이 경영학이고, 이를 응용해서 운영하는 행위가 경영 이라는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 위에..
생사의 경계를 명징하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 전후 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불어 스스로가 그 평균의 범주에 속한다고 가정하면, 생명의 모래 시계가 낙하를 멈추고, 적정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45년 여의 시간이 남았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치 있을까를 생각하다, 문득 젊음의 혈맥을 관통하는 '해방' 이라는 단어와 조우하게 되었다. 전혀 낯설지 않을 뿐더러, 어감도 상당히 좋다. 해방이라... 인도의 수행자들은 윤회의 고통 속에 허덕이는 인류에게 생사 해방의 길을 제시했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육체적, 정신적 압제로 신음하는 노예들에게 노예해방선언으로 자유를 부여했다면, 내가 실행할 수 있는 해방에는 어떤 것이 있..
인간의 삶이란 바닷가 백사장에 앉아, 나무 막대기로 모래에 글쓰를 새기는 과정과 같다. 한참을 공들여 새겨 놓은 글씨는 해수가 백사장에 유입되기라도 할라치면, 이내 유흔도 없이 마멸되고 마는데, 인간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일평생 쉼 없이 중노동을 지속하기만 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그 지난한 행위를 간단없이 지속하는 성실함이 부지불식간에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휴지기 없는 삶의 방식이 참회와 개전 없는 자아상을 잉태했고, 빈약한 정신세계와 근시안적 태도를 초래했다는 가련하고 애잔한 감상을 일게 한다. 서른 세 살의 어느 여름날,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경포대에서, 파도가 모래 위에 새긴 글씨를 삽시간에 마모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이제 그만 막대기를 내려 놓고 백사장 밖으로 뛰쳐나..
- Total
- Today
- Yesterday
- 느리고 깊은 글쓰기(Slow and Deep Writing)
- 독서 명언
- WIM ACADEMY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마크 트웨인(Mark Twain)
- 5월 수강 신청
- 언어(Language)
- 느리고 깊은 글쓰기
-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
- 글귀스타그램
- 글쓰기(Writing)
-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 글쓰기
- 해방 원정대
- T. S. 엘리엇(T. S. Eliot)
- 인간 해방
- wim.ac
- wim
- wim1.tistory.com
- 글쓰기 원리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 초심자의 글쓰기
- instagram@wim.ac
- wim1.tostory.com
-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 세스 고딘(Seth Godin)
- Wimacademy
- 좋은 글귀
-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 글쓰기 명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