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인 엘리트 주의는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가 반지성주의 사회 라는 사실을 절실히 방증하고 있다.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한 무수히 많은 해답이 폐기 처리 되는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면, '의문'이 들어설 여지는 전연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의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협소하고, 천박하면서도, 자괴감과 자기 모멸감으로 충만한 난폭한 신민들을 양산해 낸다는 사실에 있다. 토머스 홉스가 그의 저서 에서 언급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인 사회는 (The war of all against all) 지옥이나 축생과 다를 바가 없어, 인간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단테가 에서 묘사한 '연옥&#..
오랜만에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 외식을 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등이 굽고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은 여든 살이 넘은 것처럼 보이는 노파 한 분이 우리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걸음걸음 마다 전해지는 육신의 고통이 찌푸린 표정에 역력히 드러나, 노파를 지켜보는 내게도 목전에 당도한 죽음의 공포가 생경하게 전율하고 있었다. 50년 후에 생존해 있다면, 필시 저런 모습을 하고 있겠구나. 수려한 외모도, 건장한 체격도, 탁월한 재능도, 무소불위의 권력이나 화수분 같은 재물도, 역사에 회자될 명예도, 화롯불 위에 놓인 한 점의 눈송이에 불과해, 구해도 얻지 못하고, 얻어도 이내 사멸해 처할 운명이라 공허한 심상만이 덩그러니 남을 것이다. 형상은 허망하고, 생명은 무상하며, 인생에서 의미 있고,..
불가에 정통한 고승대덕들이8만 대장경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을 꼽는다면,유가의 대학자들은사서 가운데을 최고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제20장에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모든 일은 미리 대비하면 이루어지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폐기되어 버린다. 즉 말이 미리 결정되어 있으면 착오가 생기지 않고, 일이 미리 결정되어 있으면 도중에 곤경에 빠지지 않고, 행동이 미리 결정 되어 있으면 후회할 일이 없어지고, 도가 미리 결정되어 있으면 궁지에 빠지지 않는다." 사토 잇사이도 147조에서 제20장의"모든 일은 미리 대비하면 이루어지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폐기되어 버린다." 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인간은 생존을 위해 오감을 총동원한다. 문제는 우리의 감각이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에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경험이라는 편견의 집합체다. 이 때문에 경험은 반드시 논리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논리 역시 실제와는 불일치하는 하나의 편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험의 실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논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보편적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경험의 실증을 통과하지 못한 논리는 궤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논리의 검증과 경험의 실증을 통과한다 해도, 그것은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논리가 언어의 경험칙이라면, 경험은 신체의 경험칙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자 모두 경험이라는 편견의 속박으로부터 도저히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어의 경험과 신..
세계는 커다란 편의점이고, 인간은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다. 세계는 한정된 공간에 잘 팔리는 물품만 진열해 놓고 인간에게 생활의 편리를 제공한다. 인간은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세계의 편의점화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일견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성의 측면에서 관조하면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인간의 지성은 미국의 심리학자 손다이크가 말한 시행착오를 통해 나선형을 그리며 서서히 발전해 가는데 반해, 인간의 생활은 점차 선형화 되어 간다. 지성의 힘을 체득한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면, 대개의 경우 생활이 지성을 압도하기 때문에, 직선형 생활이 보편화 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나선형 지성의 힘이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오마에 겐이치가 에서 언급한 사고 정지..
어불견수 인불견풍 우불견성 오불견공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보지 못하며, 미혹한 사람은 본성을 보지 못하고, 깨달은 사람은 허공을 보지 못한다. 여기에서 물고기, 사람, 미혹한 사람이 각각 물, 바람, 본성을 보지 못한다는 말은 일견 수긍이 간다. 무지가 야기하는 잘못된 인식이 목전에 편재하는 대상과 본성의 실상을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각자나 현인이 허공을 보지 못한다는 말은 난해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숙고하고, 정려해 본다. 앞의 세 가지가 그릇된 인식에 기반해 존재하는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무지를 표현했다면, 마지막 네 번째는 바른 인식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혜롭게 통찰한 것은 아닐까 하는 ..
티끌에서 우주를 보고, 찰나에서 영원을 본다.
불을 끄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네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들고, 두 손가락으로 액정 자판을 두드린다.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라 자판을 누르기가 다소 불편하다. 자세를 고쳐 이번에는 휴대폰을 침대 위에 놓고 가슴에 베개를 대고, 그 위에 팔을 얹고, 팔 위에는 턱을 올려 둔 채, 오른손 검지 하나만 사용해서 한글 자판을 톡톡 친다. 이 자세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어제 저녁에 대학 선배 한 명이 집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로 찾아왔다. 학교를 다닐 때는 빈번한 교류가 없었는데 졸업 이후에 친해진 형이다. 그 형은 대리버거와 커피를, 나는 새우버거 세트를 시키고, 대화를 시작했다. 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내가 최근 들어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게다가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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