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은 힘을 빼고 대처하고, 작은 일은 진지하게 대처하라.”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자신이 만나는 사람, 자신이 읽는 책과 전혀 동떨어진 존재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정치인들은 정당을 조직하고, 예술가들은 창조적 집단을 만들고, 기업가들은 회사를 창업한다.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바로 그들과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그 안에 내 정체성이 있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종종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가 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서너 계단 정도 올라갔을 때 뒤늦게 잘못 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뒤에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올라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계단으로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리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두 다리로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했겠지만, 마음대로 방향을 조정하고,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을 테니까. 물론 바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게 좋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에스컬레이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잠깐은 에스컬레이터의 도움을 빌릴 수 있지만, ..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현실주의자들이 대부분 승리를 거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기는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질 수도 있는 게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을 그들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식의 지평은 좁아지고, 사고방식은 편벽고루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다 보니 생존을 보장받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일수록 그에 비례해 물질문명은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반면, 인식수준이 향상되는 속도는 처참한 수준이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이기는 게임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페어플레이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에서 이상주의자들이 발디딜 틈은 좀처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전문화를 ..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그저 산책일 뿐이다. 일상은 전쟁이 아니다. 반복되는 생활일 뿐이다. 직장도 전쟁터가 아니다. 일하는 놀이터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나치게 힘들게 살아간다. 눈으로 안을 보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저 바깥 세계를 지켜보는 데 골몰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데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우를 범하고 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너무 애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바로 거기에 생활의 비결이 있다.
벚꽃이 졌다. 인생이란 게 이런 걸까. 커다란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한 송이의 꽃에 불과한 게 우리 인간의 삶인데, 영원히 피어 있으려고 욕심을 부리고땅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공포에 휩싸인 채 피어 있는 순간에도 노심초사하는, 인생이란 게 이런 걸까. 사철 피어 있는 꽃은 없고, 떨어진다고 해서 꽃의 가치가 반감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굳이 영원히 존재하려고 욕심을 낼 이유도 허무에 사로잡힌 채 공포의 노예로 전락할 필요도 없다. 그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만 하면 된다.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을 때인지, 아니면 가야할 때를 알고 소리없이 떨어져야 하는지. 벚꽃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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