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버스나 지하철은 비교적 편리하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만 정확히 알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편리함에서 기인한다. 지하철과 버스는 우리에게 실수할 기회, 실패할 기회를 철저하게 박탈한다.시간과 공간에 대한 물리적 감각을 단련할 기회를 앗아간다. 시행착오가 야기하는 문제점을 상쇄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빼앗아간다. 지하철과 버스는 노선 대로 운행한다. 경로를 이탈하는 법이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 엄수도 비교적 철저한 편이다. 노선표 대로 운행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실제로 그런 인생을 향유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사는 잦은 경로의 이탈과 시간 초과가 일상 다반사다. 인생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도, 네비게이션도 없다..
www.youtube.com/channel/UCzCJYr4wnU8M65fB4ulXaWg 이 세상은 인간에게 태고적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은 어리석게도 실상과는 동떨어진 피상적 현상 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은 본래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사물과 사물 사이의 경계가 없는데, 인간은 언어 라는 도구를 사용해 인위적으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차별성을 조장했다. 산과 계곡은 본래 하나였고, 바다와 갈매기 역시 둘이 아니었지만, 생존의 유리함 이라는 명목하에 언어 라는 색안경을 착용하고 사물에 저마다의 이름을 부여한 결과, 인간은 생득적으로 부여받은 지혜를 상실하고 말았다. 언어 라는 색안경이 인식을 낳고, 인식은 다시 생각을 일으킨다. 여기에서 인식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연꽃은 진흙 속에 처해도 물들지 않고, 오아시스는 사막 한 가운데 있어도 메마르지 않으며, 진주는 시궁창에 빠져도 가치가 격하되지 않는다. 인간은 툰드라와 같이 가혹한 환경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태어나지만, 마음 그릇이 커지고 기량이 일취월장함에 따라 황무지를 흑토로 개간할 수 있는 강건한 존재로 변모한다. 처염상정. 인간에게는 누구나 더러운 곳에 기거해도 물들지 않는 힘이 있다. 일체유심조. 세상 모든 것은 우리 마음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일 뿐이다. 지건한 인간은 진흙에 내주해도 결코 흙빛에 잠식당한 채 부지불식간에 더럽혀지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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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즉, 당신이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배움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시어도어 다이먼은 서문에서 배움의 비결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단순한 연습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산재각처하다. 하지만, 자신의 훈련 과정이 올바로 설계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쳐 탁월한 성과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훈련을 반복하는 지난한 노력은 물론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애쓰는 대신, 멈춰서서 명료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의 농정가 니노미야 손토쿠는 적소위대, 작은 것을 쌓아 올려 큰 것을 이룬다고 말했다. 만리장성은 작은 돌 하나로부터 축조되었고, 브루즈 칼리파는 모래와 시멘트 한 봉지로부터 완공되었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인조 석재 하나로부터 시작되었다. 톨스토이의 문학 작품은 단어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베토벤의 교향곡은 음표 하나에서 맹아가 싹텄으며, 미켈란젤로의 조각도 망치질 한 번에서 기인했다. "큰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던 중국의 철학자 노자의 말이 사소함의 힘을 절실히 방증하고 있다. 그렇다.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작은 행위는 결코 작지 않다. 인생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사소한 행위의 연속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여기에 인생의 무한한..
고전과 위대한 기업은 불역과 유행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특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적절하게 융화시켜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불역은 시간의 풍화작용에도 쉬이 꺾이지 않고 그 본연의 자태를 강건하게 유지하는 것이고, 유행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어 자신을 시의적절하게 변모시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고전이 불변의 정신이라는 토대 위에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과 기교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데 반해, 위대한 기업은 사명감이라는 뿌리를 땅 속에 깊이 내린 채 최첨단 기술 혁신이라는 맹아를 통해 성장이라는 줄기와 성공이라는 꽃이나 열매를 획득한다는데 있다. 하이쿠의 명인이었던 마쓰오 바쇼는 "쇼후의 하이쿠는 불역과 유행을 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변의 진리라는 본체에 변화하는 영상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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