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흑판 시대에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새로 부임한 여 선생님이셨는데,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조는 학생들을 향해 "look at the blackboard" 라고 말씀하시곤 했고, 그 덕택에 칠판이 영어로 blackboard 라는 사실을 난생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흑판에는 대개 백묵, 즉 흰색 분필을 사용했다. 검은 색(사실은 검푸른 녹색에 더 가깝다) 칠판에 흰색 분필을 사용하면, 명도의 대비를 통해 글씨가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상황이 다소 달라진 것 같다. 화이트 보드에 검정색 보드마카를 사용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를 써도, 역시나 명암은 뚜렷하게 대비가 되어, 문자를 인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다 ..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히라이 쇼슈의 《좌선을 권하다》 라는 책의 한 부분인 을 읽는 도중에,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어린 시절에 구슬치기 놀이를 하던 장면을 상기했다. 그러다 기억은 이내 또 다른 기억으로 전이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던 쇠구슬이 제멋대로 낙하해 바닥에 있던 나무에 떨어져 나무의 한 쪽 끝부분이 움푹 파이고 말았던, 아찔했던 장면이었다. 높은 곳에 있는 쇠구슬이 낮은 곳에 있는 나무 위로 떨어지면, 나무가 움푹 파인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나는 과학자가 아니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관찰을 토대로 한 직관을 언어로 번역해 보자면, 나무가 쇠구슬을 받아들일 정도로 유연하지..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애증의 감정을 응고해 둔 채, 타자의 시선으로 그저 응망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격렬하게 분투 정진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선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흰색 가운을 걸치고, 현미경과 망원경이라는 합리성을 무기 삼아, 세상에 기여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은 정치인이 국회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법에서 기인하는 권력이라는 의지를 바탕으로, 중대 현안을 결정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소설가와 철학자가 작업실과 연구실에서 다소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지식과 지성을 탁마하는 과정을 목도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인이 사찰과 사원, 교회에서 가사와 장삼, 사제복 등을 걸치고, 신도와 신자들 앞에서 믿음을 강조하는 광경을 본다. 과학자는 합리성으로, 정치인은 의지로, 소설가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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